저녁을 먹고 있었다 평소처럼 ... 시간은 저녁 7시 무렵 ... 이제 와서 요일을 확인해보니 토요일이다. 가족끼리 밥상에 둘러앉아서 별 말 없이, 약간은 엄숙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. TV에서는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방영할 만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. 그 당시에는 <쇼 버라이어티>라고 해서 노래와 개그/코메디를 뭉뚱그려서 하나로 보여주던 시대였다.



MBC였는데, 가수 임백천이 사회를 보고 있었다. 대충 그냥 보고 있는데, 신인 가수가 소개되었고,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 셋이 나왔다. 첫 방송이라고 했다. 쟤들은 또 뭐야?



전주가 나오고 그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. 징징 쟁기쟁기 징징징~ 징징 쟁기쟁기 징징징~


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리듬과 기계음의 요상한 전주 ... 이어서 속사포처럼 쏘아대던 랩 ... 그리고 양현석, 이주노 두 춤꾼의 현란한 춤사위 ... 모든 게 새로운 충격이었다.


TV에 정신이 팔려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보고 있었고, 노래가 끝나고 나서의 그 벅찬 감정은 뭐라 표현하기가 힘들었다. 잠시 후, 심사위원 4명의 심사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. 다들 <잘 모르겠다>는 투의 심사였다. 칭찬한 심사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.



1983년 교복 자율화 조치로 예전의 검은 교복은 한 번도 입지 않고 중학교를 다니고, 1987년 6.10 항쟁으로 민주화가 이루어지고, 대학에 들어가서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( 1990년 3당 합당으로 캠퍼스가 조금 시끄럽긴 했다 ) 한창 무언가를 갈망하던 시절이었다.


6.10 항쟁 이후 학생 운동도 서서히 저물고 있었고, 특히 1991년 소련이 무너지면서 그것을 더욱 재촉했을 뿐만 아니라, XT/AT 등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새로운 물결의 시대 흐름을 보이고 있던 찰나, 서태지와 아이들의 <난 알아요>는 유로움과 새로움과 신남에 목말라하던 나에게 단비같은 사건이었고, 가슴이 벅차올랐다. 아이폰이 가져온 신선한 충격과 견줄 만한 사건이었다.


새로운 시대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.

Posted by 아카시아가내게들어왔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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